집 앞 하나.

시끄럽고 산만함을 싫어하는 내가 고른 곳은 사무실 밀집지역. 해서 주상복합 건물들이 많다.
알고 눈에 익은 곳이긴 했지만, 내가 살곳으로 정하고 나니 왠지 설었다.
이사를 하고 정리를 한 후 바로 사우나를 찾아봤다. 가까운 곳에 하나 있긴 한데, 외관부터 맘에 들지 않는다.
내 스딸 아냐. 하고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외엔 대부분 스파 개념의 곳들.

결국 저 곳 하나 인데, 같은 값이라면 좀 멀어도 더 괜찮고 익숙한 곳에 가자 싶어 전에 다니던 곳으로 정했다.
그래도 퇴근하고 나서 좀 아쉽다 싶을때가 있을때가 있다. 스윽 보면 불이 꺼져있다. 대체 저 사우나의 정체는 뭘까?
9시도 안되서 불이 꺼지는 요샹하고 성의없는 사우나. 호기심에 한 번 가보았다.

입구에서 계산을 하고 기다렸다.
"아가씨. 그냥 들어가면 돼. 수건 안에 있어."
수건이 안에 있는 사우나. 이 몇년 만인가. 옛날 방식 그대로이지 않은가. 낯섬과 동시에 그리워져서 반갑다.
내려가서 문을 열었다. 5평이나 되려나. 그냥 방같다. 주인인지 직원인지, 아주머니가 주무시다 나온다.
"아우, 어서와요."

영업시간에 감히 자고 있는 그 주인인지 직원인지, 그런데 정이 간다. 웃었다.
"넹. 주무세요." 애교섞인 멘트를 날려드리는 쎈~쓰~
"아우. 예." 그러시고는 바로 주무시는 쎈~쓰~

왜 볼때마다 불이 꺼져있나 했더니 마감시간이 8시더라는. 정기휴일마저 일요일. 아, 경이로운 영업방침이여!
탕안은 10명이 들어가면 꽉 찰듯했다. 사우나 안은 5명도 채 못들어갈것 같다. 하, 좀 귀엽다.
예전에 엄마가 말했었던 2명 들어가면 못들어가는 사우나도 생각나고.(거긴 어딘게야)
그런데 역시 시설은 취약하다. 사우나 안은 모래시계 반도 못채운채 나가야 될 정도로 극악으로 뜨겁다.

오늘만이다 싶었다. 그러고 일년을 넘게 계속 다니던 예전 그곳으로.
그런데 올 겨울, 춥다.

그래서 갔다.
아무도 없다. 정겹다.
혼자 사우나 문 열어놓고 하다 물놀이 하다 놀다 왔다.

또 갔다.
2분 계시다.
그 뜨거운 사우나 안에서 잡지를 보신다.(존경합니다.)

각질 정리를 하는데, 등 뒤에서 들린다.
"등 밀어드릴까요?" 앗, 존경하는 잡지 아주머니셨다.
웃으며 "괜찮아요." 하고 씩씩하게 마무리를 하고 나왔다.

또 갔네.
3분 계시다. 렌즈를 빼고 가는 관계로 잘 뵈는건 없다. 누가 누군지 모른다.
또 각질 정리중에, "등 밀어 드릴께요." 한다.
얼굴을 드니, 전의 존경하는 그 분 같기도.(그분은 여기랑 무슨 관계? 혹 직원?)
"괜찮아요. 각질정도만 정리하는걸요."
"손 안닿는 부분이 있잖아. 내가 밀어줄께." 그러더니 타월을 가져가신다.

흠, 아~주 시원했다. 공손하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나왔다.
나와서 유심히 정황을 보아하니, 그 존경하는 잡지의 분은 그냥 그 사우나에 다니는 손님이셨다.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말씀 드렸다.
"별 말씀을..."  짧고 굵게 말씀하시는 존경의 그 분.
음, 내가 좋아하는 스따일. 포스가 있으셔. 뭐하시는 분일까.


뭐 그렇다.
난, 여기로 정했다.
오늘도 다녀왔다.











집앞 두울.

집에 차란 차가 다 떨어져버렸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아예 커버를 씌워 놨고,(내가 아낌)
티팟도 팡팡 놀고 계시다. 장미차, 국화차, 뽕잎차, 감잎차, 참 잘 우려주었는데.
레몬가루 체리가루도 떨어진지 오래.

후우~.
결국 말로는 이것인거다. 와인을 사본게 언제던가.
지금 이 시점에서의 내가 백화점 식품매장을 드나드는 것은 살아가길 포기한것이나 매한가지.
후우우~~.

겨울엔 늘 코코아를 마시는데 가까운 마트엔 맘에 드는 메이커가 없다. 그래서 없다.
저 밑의 마트엔 있을것 같은데 겨울이다. 잘 안된다. 다음주까지 실행하지 못하면 그냥 가까운 마트에서 구입할테다.
네스퀵은 고등학교때 너무 먹어 물렸다. 미떼는 완전 노쌩유. 그럼 뭐?
흡사 아주 예전의 탈지분유 포장에 제목은 코코아라 써져있는 그 의뭉의 코코아.
(2010년이 코앞인 지금 절헌 포장이..;; 근데 왠지 끌린다. 구수한 옛맛이 날것 같다)


사우나에서 돌아오면서 그 가까운 마트에 들렀다.
쪽지를 봐가며 바구니를 채운다.
커피를 두지 않으려 했는데 그냥 한 번 인스턴트 커피 진열대에 서봤다. 디카페인을 집었다.
친하게 지내는 캐셔언니의 맛 인증 후 구입했건만, 아, 이 맛! 어쩔꺼야! 이건 아니잖아! 윽 >/<

카레 재료를 샀다.
배달요청을 하고 나오는데 퍼뜩. 감자를 고르지 않았다..라..;
나, 요즘 왜이럴까... 아니야 날씨가 추운탓이야. 그런게야...
자위를 하며 집으로 왔다.

배달이 왔다.
카레가루를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매운맛을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약간 매운맛었다..라..?
아... 정녕 추운게야. 음 그런데 춥기만 한게야..?

냉장고 정리를 하며 수그려지는 고개.
쳐들 수 없음이다.

남은 닭고기 미역국에 밥을 넣고 팍팍 끓였다.
백숙인게지.
그런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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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lla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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