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리와 신뇨

용화사의 신뇨가 자기 종파의 학교로 간다는 소문도 미도리는 전혀 듣지 못했다.

있는 고집을 그냥 그대로 쑤셔넣고는,

요 며칠 간 일어난 일 때문에 자신이 자신 같지 않고,

그저 무엇이든 부끄럽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서리 내린 아침,

수선화의 조화를 격자문 밖에서 안으로 넣어둔 이가 있었다.

누가 한 일인지 알 수는 없지만, 미도리는 까닭 없이 그리운 생각이 들어서

선반 위에 있는 작은 꽃병에 꽂아두고는 그 외롭고 깨끗한 모습을 바라보며 아꼈다.

그런데 어디선가 구름처럼 전해진 얘기로는,

그 날 아침이 신뇨가 다른 학교에 가서 스님이 되는 수행을 시작한 바로 그날이었다고 한다.

                                                                                   // 히구치 이치요 - 키재기 中

                                                             

 

Claude Monet - La Japonaise, 1875

2008.02.09.09:18

25세의 나이에 요절한 히구치 이치요를 읽다.

역시 30세에 요절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지네뜨 느뵈와 함께.

히구치 이치요의 키재기.

도서관에 갈때마다 일본 문학에 멈출때면 으례 시선 반경에 머무르곤 하던 책.

드디어 나꿔채었다.

다 읽은 지금.

바로 쓰러질것 같은데도 이 느낌을 쥐고 싶어 글을 잡았다.

놀랍다. 그녀.

뭐 설국이나 상실의 시대를 읽고 한켠 심드렁해하던,

그러 그러한 부류와는 전혀 상반된 감흥.

소박한 환경.

그 소박함 가운데에서도.

다를바없이 어김없는 군상들.

아직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아이들의 세계.

허나 그 아이들의 먼저는 어김없이 어른이 있을지니.

결국 그 어른들의 환경 범주를 아우르는 아이들의 성장.

어른들의 읽는 시선이 잠깐 잠깐 내리 깔아지는 그런.

미소짓다가도 안타깝고. 그래서 안아주고 싶고. 보다듬어 주고 싶고.

나도 모르게.

간절한.

.

.

.

애달픈.

.

.

.

회한 서린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