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에 원작의 연재가 시작되고 완결되지 않은채로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지속적인 높은 인기와 애정어린 관심을 반영하듯, 그간 두차례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전파를 탔음에도 불구하고 원작 팬들에겐 아쉬움을 상당히 많이 남겨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원작 유리가면의 스토리는 압축, 생략을 비롯한 재구성이 가당치 않다는 판단이 지당한 작품임에도 2005년작은 단행본이 42권까지 나온 시점에서 제작, 방영 되었지만 51화 완결로 연출되었다. 원작만화를 짊어진 애니메이션중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여타 다른작품들과 견주어 봤을때 42권까지의 단행본 스토리를 담았다면 12쿨 정도의 분량이 나와야 한다. 그정도까지는 못미치더라도 최소한 100화 이상은 넘겼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그야말로  20세기의 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유리가면을 너무 성의없게 제작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1984년작과 2005년작을 다 감상한 결과 이 불후의 명작을 이렇게까지 밖에 제작하지 못하는가 하는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워낙에 원작 자체가 지닌 흡입력이 강한 작품이라 재미있게 감상 할 수 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아쉬운 여운은 어쩔 수 없었다.

 

 

10. 芦部真梨子 / [ガラスの仮面] パープル・ライト.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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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 1984 vs 2005 : 스토리와 작화   유리가면 2005 : 작화적인 면에서는 1984년작보다는 자연스럽고 현대적 감각을 가미해서 부담감이 적어졌다는 평이지만 퀄리티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정도와는 거리가 있었으며, 더욱이 갈수록 들쑥날쑥하고 무너지는 실망스런 작화를 보여주었다. 스토리상으로 봐도 중요한 장면과 대사들을 많이 생략했고, 스틸컷처럼 한컷 한컷 그냥 넘겨지고 지나가는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 관계로 인물간의 심리묘사가 제대로 전해질 수 없음은 당연할터, 원작을 거의 외우다시피 하는 사람이 아니면 등장인물의 심리파악을 못한채 그냥 놓치게되는 장면들이 상당히 많았다. 조금씩 변해가는 마야와 마스미의 관계, 또 주요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면면들을 파악하면서 보는것이 은근한 묘미를 주는 작품인데 제작기간이 1년정도 였다고 하는것이 정말 의아하게 생각될 정도로 아쉬운 연출이었다.
연극 묘사 장면들에서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평이했다고 말하고 싶다. 만화로 대하면서 상상가능한 그 소름끼칠정도로 무서운 연기에 대한 기백을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직접 대하게되면 아무래도 만족스러울 수 없는것이 당연할 것이다. 후반부에서는 홍쳔녀 시연 연습과정과 함께 매화골에서의 장면들이 매우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이 점이 다행이고 만족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중반의 어설펐던 작화들과 무참하게 뛰어넘기던 스토리가 더 아쉬워지는 대목이기도 했다.  
유리가면 1984 :
1980~90년대 초반 애니 특유의 가느다랗게 표현되는 어색한 인물 작화와 작품에 녹아들지 않은 일부 성우의 연기로 인해 보고 듣는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나, 전체적인 구성으로 봤을때 아련한 감동은 1984년작이 더 나았다는 평가를 둔다. 역시나 연극 묘사 장면을 비롯하여 많은 부분이 생략, 압축되어진 스토리와 더불어 원작이 연재되고 있는 중간에 제작되다보니 끝맺음이 어중간하게 처리되어 버렸지만, 원작에서 다뤄진 인물들의 심리적 포커스를 잘 잡아내어 섬세함으로 따지자면 외려 2005년작의 연출력 보다 나은 면면들을 보여준듯하다. 예를 들자면,

 

 

나가노현에 있는 마스미의 별장으로 초대되어 기적의 사람 헬렌의 삼중고 암흑 연기를 연습하는 도중 처음으로 만나게는 보라색 장미의 사람 마스미, 놀랍도고 반갑고 고맙고도 기쁜 감정을 담아 마스미의 품속으로 뛰어드는 마야, 그녀의 행동에 놀라지만 연민어린 관심과 애정을 가져왔지만 나타내어 표현 할 수 없었던 그였기에 품속으로 뛰어드는 마야를 감싸안은 팔에 힘주어 따스하게 안아주는 마스미. (이 장면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감동으로 이어진다. 2005년작에서의 같은 장면은 감동과는 그다지 거리를 둔 연출이었다)
 
다이토 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몽연앵에서 마야가 치에역을 대타로 연기하고 난후, 바래다주겠다는 마스미에게 심한 언공을 퍼붓는 마야, 이에 예의 심술궂은 빈정거림으로 대응하는 마스미, 그에 빗속으로 뛰쳐나가는 마야, 마야가 밀친 문이 닫히면서 보여지는 마스미의 쓸쓸하게 굳어져있는 뒷모습. (2005년작에서는 마야가 뛰쳐나가는 장면 까지만 표현되었다) 등등

 

  1984년작의 이런 장면들은 2005년작에서는 어느 정도는 생략되고 놓쳐버린 장면들이다. 스토리를 중심으로 이끌어가야하는 드라마성 작품을 연출하는데 있어서 인물들의 심리묘사는 상당히 비중있게 다뤄져야 하기 마련인데 음,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1984년작을 연출했던 감독과 제작진들이 그대로 리메이크판을 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아무래도 유리가면 2005, 보다는 나은 작품이 나올듯 싶다는 생각.



 




유리가면 1984 vs 2005 : 성우
  키타지마 마야 : 1984년작의 카츠키 마사코와 2005년작의 코바야시 사나에 두 작품 다 마야역을 맡은 성우들의 연기가 훌륭하지만 역시 1984년작의 풋풋한 마야의 연기에 마음이 조금 더 기운다. 특히 마야가 연극 키재기의 미도리역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카츠키 마사코의 분노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코바야시 사나에 역시 연극 무대에 섰던 경력이 있는 성우니만큼 도입부분의 드라마의 내용을 그대로 외워 재연하는 실감나는 마야의 연기를 비롯하여 작품 내내 호연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녀에게도 물론 우렁찬 박수를 던진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1984년작에서 키타지마 마야를 연기한 성우 카츠키 마사코가 2005년작에서는 아유미의 모친인 히메카와 우타코를 연기했다는것. 20여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같은 작품에 출연해서 연기한 성우의 심정과 감회는 어떨까. 왠지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지는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는지.

 

  하야미 마스미 : 1984년작의 노자와 나치, 모리 카츠지와 2005년작의 모리카와 토시유키 1984년작에서 중반까지 연기한 노자와 나치는 확실한 미스 캐스팅. 이런 연기력을 가진 성우가 어떻게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형편없는 연기력이었다. 후반에 잠깐 연기한 모리 카츠지가 그나마 좀 낫지 싶다. 1984년작 마스미가 약간 비음섞인 목소리를 낼것같은 캐릭으로 작화되었던 관계로 보이스톤은 그런대로 어울렸지만 역시 극과 썩 어우러지지  않는 연기력이었다. 그때만하더라도 애니에 출연, 연기하는 성우들이 지금처럼 대중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던 때가 아니었으리라 하고 그럭저럭 넘길 수 밖에 없는부분. 그에 비해 2005년작의 모리카와 토시유키, 여러 장르의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 연기해왔던 관록있는 성우니만큼 하야미 마스미와 거의 완벽한 호흡을 이끌어냈다. 그의 부드러우면서도 냉철한 여운을 남기는 중독성 강한 목소리는 내겐 가히 환상이었다.   츠키카게 치구사 : 1984년작의 나카니시 타에코와 2005년작의 후지타 토시코 두 작품의 치구사역의 성우들은 나이와 관록면에서 상당한 경력이 쌓인 성우니만큼 양쪽 다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또 츠키카게 치구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광기서린 웃음소리를 어쩌면 그리도 잘 소화해내던지. 엄하고 차갑지만 마야의 재능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만은 따스한 치구사, 1984년작이 연재분에 한참 못미치는 부분에서 완결을 지어버린 관계로 치구사의 회상 장면과 마지막으로 홍천녀를 연기하는 후반부 연재분인 치구사의 클라이맥스를 보지 못했으니 우열을 논하는건 어렵겠다.  2005년작은 마지막 홍쳔녀를 연기하는 부분에서 포스가 약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물론 성우가 몸에 완연한 병세와 노쇠해진 치구사의 상태까지 계산하여 연기했겠지만 어찌되었든 혼신의 힘을 다해 아야코가 되어 연기해야 했을텐데 음,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약했다. 원작의 이장면을 애니의 성우가 과연 어떻게 연기했을까 궁금했었는데 조금은 실망했었다.   히메카와 아유미 : 1984년작의 마츠시마 미노리와 2005년작의 야지마 아키코 1984년작의 아유미와 2005년작의 아유미의 인물 작화가 많이 다르게 표현되어있다. 1984년작은 원작의 작화에 제법 충실했던 반면, 2005년작은 세련되지긴 했지만 원작의 아유미가 주는 느낌과는 차이가 있었다. 1984년작의 새침한 외모와 잘 어울렸던 목소리의 마츠시마 미노리, 세련되어진 외모지만 어딘지 모르게 소년스러웠던 작화와 목소리 역시 약간은 소년스런 이미지를 풍겼던 2005년작의 야지마 아키코, 연기력은 양쪽 다 괜찮았다.




유리가면 원작 vs 애니메이션
 

  원작에서의 인물 설정들이 참 잘 되어있다는 생각인데, 각각의 인물들에 그들 나름대로의 연민적인 요소가 다 삽입되어 있다는 점이다. 겉보기에 부족함 없이 충만할것 같은 이나, 많이 부족한 이나, 사랑을 듬뿍 받고 사는 이나,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이나, 그들 전부를 다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는 관점의 여지를 독자에게 맡긴다. 그런 면에서 다른 인물들보다 애니화된 마스미의 인물 설정이 불만스러웠다. 본래의 모습은 다정하고 자상하지만 하야미가에 들어가게되면서 겪게된 성장과정에서의 일들로 인해 타인에게 마음을 닫아 걸어버리고 일에 자신의 모든것을 두고 삶의 모든것을 매진해버린 냉혈한, 하지만 유독 키타지마 마야라는 소녀에게만은 그렇지 못한, 그러면서도 본심을 숨기며 마야와 얼굴만 마주치면 빈정거리게 되어 티격태격하게 되는 융통성 없고 서툰 남자의 모습들이 원작에 아주 근접해있었으면 했지만 역시 무리였다. 아주 매력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인물인데, 냉철한 카리스마가 한참은 부족한 마스미였다. (그래도 2005년작의 하야미 마스미, 모리카와 토시유키상의 목소리는 너무 멋졌다.)   그리고 원편과 리메이크편 두 편 다 코믹스적인 부분이 대부분 배제 되어있다. 원작에서도 코믹스적인 부분이 그리 많이 삽입된것은 아니지만 그 얼마 안되는 원작의 코믹스적인 요소들을 잘 살려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 가끔 웃음을 터뜨리며 볼 수 있는 마야의 한참 엉뚱한 행동들과, 후반부에서 볼 수 있는 마스미의 귀여운 실수들, 그리고 마야의 늑대소녀 연습과정에서의 코믹하고 재미있는 장면들, 그리고 보니 아쉬운것 투성이다. 흠......   원작이 지닌 포스가 워낙 강한 작품이어서 영상으로 대하게 되었을때 그를 뛰어넘는 찬사를 이끌어내기 힘든 작품임이 당연할 것이다. 연극들의 열정 넘치는 장면 묘사를 독자들의 상상 그 이상으로 실감나게 연출하기 힘든 작품이기도 하고, 또 원작의 완결 여부가 불투명한 작품이니 만큼 언제 또 리메이크 선언이 있을지 기약은 없을터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이라는 간절함을 가져본다. 아니, 그보다 원작의 완결을 바라는것이 맞겠지만.(깊은탄식) 정말 다시 느낄 수 없을듯한 순수한 열정과 설레는 감동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드라마 유리가면   유리가면이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는 소식에, 마야역을 제대로 연기할 배우가 과연 있을까 하는 못미더움에 드라마 자체에 의구심이 가득했었는데 그 부분은 기우였다. 당시 17세의 아다치 유미, 어린 나이였지만  꽤 열정적인 마야의 연기를 잘 해 주었다. 아유미 역의 마츠모토 메구미, 원작의 아유미와는 차이가 있었지만 탁월한 미모적 재능면에서는 적합했지만, 그에 비해 연기력면에 있어서는 그다지 빛을 발하지는 못했다. 유리가면 1기(1997)와 2기(1998) 종영 후 은퇴선언을 했던 관계로 스페셜편(1999) 에서는 마츠모토를 볼 수 없었다. 츠키카게 치구사역의 배우는 정말 놀랄 정도로 원작의 캐릭터와 흡사했다. 그토록 비범한 카리스마를 뿜어낼 수 있는 배우가 존재한다는것이 정말이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마지막으로 하야미 마스미역의 타나베 세이치, 보면서도 답이 안나오는 부분이었다. 원작과 전혀 매치되지 않는 이미지는 둘째치고 연기력이 너무 형편없었다. 하야미 마스미의 최대의 매력인 냉철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고 외려 어리숙하게 보이는 마스미, 이 무슨 짓이오.   10여년전에 제작된 드라마임을 감안하고 본다면 일반 드라마로써는 평이한 수준이 되겠으나, 원작에 비한다면 퀄리티가 너무 떨어졌고, 겹치기 캐스팅을 비롯하여 제작비를 절감시키려는 필사적인 노력들이 무더기로 보이는 조악스런 제작 환경의 연출력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그 나름의 빛을 발하지 못했다. 게다가 2기에서는 원작과 전혀 다른 에피소드를 삽입하는등 그다지 썩 소득없는 연출까지 선보였다. 마지막 장면은 잠자는 숲속의 마스미 왕자로 어쨌거나 해피엔딩.(웃음) 원작 유리가면에 대한 목마름으로 본 드라마 유리가면, 해갈하지 못할 목마름이라는것은 보기전부터 당연한 염두로 두고 봤지만 아쉬움이 남는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나름대로 잘 봤다라는 끝맺음을 내고 싶다. 유리가면 이었기에...  

마음
, 그 마음


유리가면은 만화를 원작으로 두는 작품이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내포하고 있는 추상적인 힘이 존재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의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세상과 접한 그순간부터 금세기인 21세기, 그 이후로도 이런 열정을 지니고 전하는 힘을 가닌 작품은 도저히 존재할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다.
요즘 생산되고 있는 만화들은, 더없이 충만한 테크놀로지 속에서 그저 흥미위주의 미숙한 일회용성 스토리들로 많은 부분 채워지고 있다. 여타 대중매체들과 달리 만화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가장 큰 파급효과는 아무래도 순수한 상상력에서 비롯되는 꿈과 희망이 아니겠는가. 앞으로 더 쏟아질 테크놀로지 속에서 이런 순수한 감동을 전해주는 작품은 다시 없을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작가는 아직 한참남은 유리가면의 매듭을 언제쯤 지을는지, 매듭을 지을 생각이 있긴 한건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유리가면을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 역시 같은 마음이라 생각한다. 그 마음들이 작가에게 전해지길 간절히 바란다.

Posted by ella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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