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 18:37 寂月路 - 적막한달길
죽......... 음...........
김정란 - 여자의 말
세기말, 혼자 여는 문
세기말, 혼자 여는 문
나는 그의 영혼을 눈여겨보았다 그가 걸을 때마다 미세한 삐꺽임소리가 새어나왔다 鄕愁 또는 갈증이라는 부재의 표지 그의 몸에서 조금 그러나 편안한 삶의 양식에게는 충분히 절망적일만큼 조금 살의 실감을 덜어내는 상처 균열 그가 무심코 내 곁을 지나갈 때 나는 아주 엷은 미묘한 먼지 냄새를 맡았다 아니 오래된 책 냄새였을까 작은 휘파람소리가 끊임없이 들렸어 아 세계가 그를 다치게 했구나 그의 상처에 대한 인식이 나를 그의 곁에 데려다놓았다 나는 향기로운 영혼들을 언제나 정확하게 알아본다 저 사람은 이백년 쯤 걸어 내게 왔음이 틀림없어
그가 흔들리는 걸 나는 알아본다 그렇다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나의 영혼 안에 그가 조용히 꽃등을 켜 들고 들어선 것은 그 흔들림의 자질 때문이라는 걸
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는 저녁 바다에 가요 그리고 그는 머뭇머뭇 덧붙였다 나는 다른 사람이예요 나는 나인 걸 견딜 수 없어요 그 말 끝에서 세계의 모든 파도가 쏴아 거품을 일으키며 흩어졌다
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는 저녁 바다에 가요 그리고 그는 머뭇머뭇 덧붙였다 나는 다른 사람이예요 나는 나인 걸 견딜 수 없어요 그 말 끝에서 세계의 모든 파도가 쏴아 거품을 일으키며 흩어졌다
저녁바다 바람 몇 줄기 쓸쓸하게 불어왔다 그리고 문이 어떤 불안한 입구가 파리하게 수평선 저너머에 떠올라왔다 그는 가만가만 그 문을 두들겼다 문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가 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는 조용히 진저리치며 말했다 오 아냐 아직은 낯설어 난 계속할 수 없어 난 이 습한 未知를 견딜 수 없어
나는 그가 켜준 꽃등을 들여다본다 파도 위로 반사되어 수천의 광채로 고요히 빛나는 불 조그만 일렁이는 한없이 기다리는 참을성많은 불 나는 어느새 깨닫는다 그 대신 내가 그 문을 열어야 하는 것이라고 나는 그의 영혼이 지펴준 그 빛의 연약함에 기대는 법을 배운다 이젠 무섭지 않아 나는 바다 앞에 혼자 있다 금방 해가 지겠지 나는 그 문이 두렵지 않다 나는 세계의 어머니처럼 그 문을 향해 걸어간다 향기가 아슴프레 풍겨왔다
죽......... 음...........
신혜숙
'寂月路 - 적막한달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종삼 - 물통 (0) | 2009.12.05 |
---|---|
정호승 - 술 한 잔 (0) | 2009.12.05 |
나태주 - 안부 (0) | 2009.12.05 |
나태주 - 꽃이 되어 새가 되어 (0) | 2009.12.05 |
미도리와 신뇨 (0) | 2009.12.02 |
오, 달빛 (0) | 2009.12.02 |
너는 늘 그렇게 내게 있다 (0) | 2009.12.02 |
랭보 - 기억 (0) | 2009.12.02 |
랭보 - 미의 존재 (0) | 2009.12.02 |
랭보 - 새벽 (0) | 2009.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