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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1 푸쉬킨 - 악령
먹구름 소용돌이치며 내달리고
구름 속에 숨은 달은
흩날리는 눈발을 비추어
하늘도 어둡고 밤도 어두운데
나 마차 타고 허허벌판 달리니
딸랑딸랑 방울 소리 울리고
미지의 광야를 달리자니
나도 모르게 자꾸만 무서워진다!
<이보게 마부, 빨리 가자고......>
<안 됩니다, 나리, 말들이 지쳐서요.
눈보라 땜에 눈도 뜰 수 없고
길은 온통 파묻혔습죠.
여기서 죽으면 흔적도 없을 겁니다.
이를 어쩐다, 길을 잘못 들었네!
아무래도 악령이 뱅뱅 돌며
벌판으로 우리를 끌고 가나 봅니다.
저것 보셔요, 저기서 장난치네요.
바람을 뿜어 대고 저한테 침까지 뱉습니다.
저기, 아니 이젠 야생마를
골짜기로 끌고 가네요.
저기서 구 척 작승처럼 늘어나
눈앞에 불쑥 솟아나더니
저기서는 또 작은 불씨마냥 줄어들어
반짝대며 어두운 구멍 속에 숨어 버리네요.>
먹구름 소용돌이치며 내달리고
구름 속에 숨은 달은
흩날리는 눈발을 비추어
하늘도 어둡고 밤도 어두운데
이젠 더 이상 맴돌 힘도 없어
방울 소리 뚝 그치고 말들도 우뚝 섰다......
<저기 벌판에 있는 게 뭘까?>
<그걸 누가 압니까? 나무 그루인지 늑대인지?>
눈보라 사납게 울부짖어
민감한 말들은 힝힝거리고
악령은 벌써 저만치 뛰어가
어둠 속에서 눈동자만 타오른다.
말들은 또다시 길을 달려
방울 소리 딸랑딸랑 울리는데
저기 새햐얀 광야에
사악한 정령들 모여 있구나.
수없이 많은 각양각색의 악령들,
어스름 달빛 받으며
11월의 낙엽처럼
공중에서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들의 수는 얼마인가! 그들은 어디로 쫓겨가는가?
무엇을 저리 구슬프게 노래하는가?
지킴신을 장사 지내는 걸까?
마녀를 시집 보내는 걸까?
먹구름 소용돌이치며 내달리고
구름 속에 숨은 달은
흩날리는 눈발을 비추어
하늘도 어둡고 밤도 어두운데
악령들 떼지어 달려간다
끝없이 높은 하늘에서
구슬픈 비명과 곡성으로
내 마음 갈가리 찢으면서......
-1830.






















Luis Royo
 
Posted by ella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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