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8. 20:52 El Lamia - 그녀의터
Life is...
두 곳의 도서관에서 대출해 온 열권의 책, 뿌듯하다.
책이 없으면 불안하다. 읽든 안읽든 옆에 있는게 편하다.
확인을 미루고 있는 메일이 60여통 정도.
슥슥 지나치며 보는것도 무시 못할꺼란 믿음으로 받아보는 메일.
도움이 되고 있는가.
멸치국물 우려내서 팔팔 끓여놓은 김칫국이 있다.
세발나물은 성공. 달래무침은 그럭저럭. 포항초는 실패.
시금치가 아삭하고 무르고는 정말 아차 하는 순간이다.
포항초에 깨를 뿌리다가 쏟았다. 깨범벅이 된 나물의 경험 정도는,
살림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며 애써 위안했다. 아까워라.
칼국수 면은 있고,
주말이 지나면 바지락이랑 감자를 사다가 칼국수를 해야겠다.
해감을 해도 바지락이 비린건 바지락 잘못이다. 난 모름. 췟!
이번 김장은 인터넷 주문으로 했다. 내년쯤엔 직접 담궈봐야지.
새로생긴 홈플러스마트의 제품 퀄리티가 좋아서 만족스럽다.
배달이 7시까지라는건 좀 마음에 안들지만.
중형마트 하나를 6개월도 안되서 망하게 한, 바로 대각선 건물에 새로 들어섰던 중형마트.
처음엔 패기가 넘치더니 2년을 넘기니 나태해졌다. 그 타이밍에 맞물려 생긴 홈플러스마트에 아마 큰타격을 입겠지.
나 역시 거래 끝이다. 바로 새로 생긴 홈플러스 회원카드를 만들었다. 미니 베이커리의 빵이 참 맛있다.
방안을 둘러본다. 아기자기 하다. 여기도 꽃 저기도 꽃 온통 꽃이다.
처음 이사해서 집 꾸밀때 눈이 충혈되도록 검색해서 주문했던 소품들.
늦가을맞이 대청소 덕에 한결 좋다. 매일 닦아내도 찌드는 한결같은 먼지.
매직블럭으로 닦다가 손목 꺾이는 줄 알았다. 화이트 가구는 이래서 안좋구나 싶었다.
각종 덮개들을 싹 세탁해 다시 깔아 놓을 때의 기분. 계절이 바뀌어 커튼을 다림질 하는 기분.
난 또 한 계절을 이 곳에서 살았구나 싶다. 벌써 2년 하고도 7개월을 지냈다.
먼 옛날 얘기 같다. 어떻게 왔을까. 다시 하라면 못할것 같다.
바깥 일도 마찬가지지만, 집안 일은 정말 끝이 없다.
내가 시집갈 생각을 안한다며 한걱정인 할아버지.
산에 오르는데 중턱 즈음에 돌탑이 보인다.
갑자기 "쌓아라." 하신다.
"에?"
"쌓으면서 시집가게 해주세요. 해라."
그냥 무성의하게 아무거나 집어 하나 툭 올려 놓았다.
"좀 정성을 다해 올려라. 이 늠아." 하시길래,
"네에" 하고는 마지못해 돌 몇개 더 올려 놓았다.
옆에 오셔서는 나보다 더 정성으로 돌탑을 쌓으신다.
늦게까지 공부시킨 막내 아들이 취업을 못하고 있어 속상하신가보다.
할아버지는 뭐라고 비셨을까? 아직도 자식을 위해 기도 하실까?
삶은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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