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22. 20:35 El Lamia - 그녀의터
삶, 얼마나 감사한가
내심 내가 다른 곳으로 나가지 않았으면 한다. 해서 최대한 내 편의를 봐주는 집주인.
가구 구입을 지금 사는 곳에 맞춰 했기에 이사 자체가 한걱정인 내게 있어,
좋은 집주인을 만나게 된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조용하고 쾌적하고 안전하다.
가장 편해야 하는 곳인 집이, 정말 편안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미역을 불려놓고 설겆이를 한다.
피망이 없어서 대신 사온 파프리카와 양파를 볶고 햄을 살짝 굽는다.
뜨거운 샤워를 할 동안 팔팔 끓여질 미역은 진액이 우러날 것이다.
주방 창문과 현관을 활짝 열어놓고 환기를 시키며 청소를 한다.
매트커버와 쿠션과 솜이불에 페브리즈를 뿌리고 방안 가득 공기탈취제를 뿌린다.
닭고기와 듬뿍 넣은 마늘이 들어간 미역국의 불을 줄이고 욕실로 향한다.
샤워 후 세탁기를 돌려놓고 따뜻한 저녁을 먹는다.
따듯한 샤워을 하고 따뜻한 방에서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김이 피어나는 커피를 앞에 두고 잠시 턱을 괸다. 피어나는 생각.
책상위의 음악은 계속 흐르고, 책은 쌓여있고, 커피잔은 계속 채워진다.
듣고 싶은거 듣고 보고 싶은거 보고 읽고 싶은거 읽다가 잠이 들 것이다.
뽀송해진 이불에 조금 남은 커피 향이 지긋한 밤.
조금 외롭고 조금 무섭고 조금 두렵다.
그렇게 또 하루가 무사히 내린다. 얼마나 감사한지.
生, 얼마나 감사한가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왔는지.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어 주었는지. 그 땐 왜 몰랐을까.
넘쳐나지만 삭막해지고 각박해지는 생의 가운데에서 지난 날을 돌이켜 본다.
표정으로 기특해하고 마음으로 도우려 하고 행동으로 정을 주던 좋은 사람들.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라 여기자, 그리고 감사하자.
人, 얼마나 감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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