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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13 디어 브라더 (Dear Brother, おにいさまへ, 1991) 2

 



베르사이유의 장미라는 역사에 남을 걸출한 작품의 원작자인 이케다 리요코와 데자키 오사무 연출의 문제작 디어 브라더.
비디오 시절, 베르바라가 끝나면 예고편으로 이 디어브라더가 등장한빠,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라는 문구로 소녀의 감수성을 뒤흔들어 놓던, 그러나 어느 렌탈샵에서도 이를 찾을 수 없었다. 그 때는 그 디어브라더가 이런 내용일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 시절을 한참 지나 보게 된 이 작품은 충격이었다.

원작은 정식수입 되지 않았고, 국내에서도 전설로 평가되고 있는 베르사이유의 장미 후속 애니메이션임에도 공중파를 타지 못했다.
애니메이션은 3쿨 분량인 39화까지 구성되어 있다. 원작에 비해 길다 싶었는데, 감상 결과 2쿨 분량으로 깔끔하게 제작했으면 좋았을듯 싶다. 원작에 비해 지나친 설정들이 삽입된 듯 했고, 비슷한 설정의 에피소드들이 반복되어 있다.

 


초반에 음울한 긴장감을 조성하여 스토리적 호기심을 유발시키는것 까지는 좋았으나 그 긴장감을 완화시키기까지의 과정이 지나치게 길어 이해할 수 없는 지루한 과정이 반복된다. 레이의 이상 행동들, 그런 레이와 후키코의 관계, 병색이 없는 카오루 노키미의 알 수 없는 병세 등,
등장인물들의 갈등의 원인과 해소 관계 여부가 중반정도까지도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친구와 또래와의 우정, 질투, 집착, 다툼, 분쟁들이 설정만 바꿔가며 반복되며, 그 과정의 소녀들 사이에서 있을법한 동성간 묘한 감정적 뉘앙스들을 탐미적으로 표현하는데에 그쳐있다. 그 과정을 거쳐나가는 소녀들의 감성표현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나, 감독인 데자키 오사무 특유의지나친 과장미는 완벽추구의 연출력에 치명적인 결점이다.

 


그 의미불명과장미가 반복되어 이끌어내는 짜증스러움에 결국 14편에서는 작품 감상을 접어 두었었다. 다시 시작한 이유는,

보는 중간 화면에 흐르던 아름답고 격정적인 피아노 곡들과 어둡고 음울하게 펴져있는 냉소적이고 고상한 대사 때문이었다.
또 하나, 좋아하는 작가를 묻는 소로리티 가입 심사 질문에

마르퀴스 드 사드

라는 대답이 나온다.
고교 1년 생의 입에서 마르퀴스 드 사드가 나오게 하다니, 심상치 않아 찾아보니 작가가 철학과 출신.

이런 저런 연유로 다시 꺼내어 시작하고 30화가 넘어가니 가파르게 진행된다.
부와 명예라는 이름으로 소수에 존속되어, 다수에게 있어 위화적인 존재로 군림하던 사교 클럽 소로리티 폐지에 대한 논란이 쟁점에 이르르는 그때부터는 어느틈에 다 봤는지 모를정도로 재미있게 보았다. 원작을 보지 못했으니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는 다소 아쉬운면이 있지만, 작가가 포커스를 두는 것은 아마 이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인간과 인간관계, 남자와 여자관계, 여자와 여자관계, 친구와 선배관계, 사람과 가족관계,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다수위에 군림하려는 소수의 인간들이 모인 집단,
주로 어른들의 세계라고 단정 짓고 무시해버리지만, 분명 어린 세계까지 포괄되는 인간들의 사회상,
그런 관계들을, 소녀들의 성장통을 그림과 동시에 학생들의 세계에 대입시켜 표현했다는것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완성도 높아보이는 작품적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체적으로 명작에 버금되는 평가는 받고 있지만, 원작이 아닌 애니로만 평가 하자면 명작이라 일컬어질 정도는 아닌것 같다. 일단, 전체적인 연출면에 있어서 감각적이고 섬세함은 상당하다. 아름다운 배경 작화나 감독인 데자키 오사무의 표현 기법들은 눈여겨 볼만하고, 인물 작화 역시 전반적으로 세밀하고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고교생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성숙한 작화였고, 내용적으로 봤을때는 레이의 캐릭터 설정이 무의미할 정도의 냉소함으로 잡혀있다. 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레이의 실타래가 묶인채 끝맺음 된것같아 보고 난후 썩 개운치 않았다. 보는 내내 의문스러웠던 모든 갈등관계의 해소여부가 전부 끝으로 몰려있는것 역시 바람직한 구성은 아니었다.

끝으로, 이 작품을 말할때면 늘 언급되는 동성애적 코드. 물론 동성애적 설정이 은연중에 살짝 보이는건 사실이나, 소녀시절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들사이에 통용되는 감수성들과 겹쳐지고 미묘하게 넘나들어서 뭐라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보다는 집착을 비롯하여 인간 또는 인간간의 심리적 여러 면모들, 특히 주목하여야 할 것은 새디즘적인 요소들이 조심스러우면서도 확연하게 퍼져있다는것. 캐릭터를 통해서 마르퀴스 드 사드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 시절의 작가가 사드에 심취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당시 일본내에서도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고 하는데, 국내 정식 수입되지 않은 원작을 보지 못함이 아쉽다.





Posted by ella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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