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19. 22:41 紫昕月 - 자색새벽달
여성의 시각에서 보는 마쵸즘, 카우보이 비밥 (Cowboy Bebop, カウボ-イビバップ, 1998)
많은 남성들의 귓전에 로망이라는 달콤한 이름으로 다가가서 세기말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았고, 역시 그 명성이 세기초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작품인 카우보이 비밥. 30년이 가까워오는 세월동안 한결같은 명성을 이어내려온 건담과 함께 선라이즈의 대표작중 하나이다.
기본적으로도 본격 성인취향 그것도 남성향으로 분류되는 작품이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분류로는 남성의 허상적 마쵸즘을 땅끝까지 기막히게 표현해낸 작품이라 하겠다.
감각적 이성과 시각적 가치의 괴리
카우보이 비밥은 각화마다 다른 에피소드가 연계되는 화별 옴니버스 구성으로 이루어져있다. 총 26화로 구성된 에피소드들에서 보는이들이 찾아내어 추구할만한 사색의 요소는 그다지 발견되지 않는다. 자본을 손에 가득 쥘 목적으로 열심히 달렸건만 결국 손에 쥐게 되는 것은 담배 한개피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는 세기말 특유의 허무함을 유쾌하고도 낭만적인 여유로움으로 잘 버무려진 미래형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을 뿐이다. 확실히 남성들이 보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구미에 맞는 구성이라고 여겨지는 감정 놀음이 많다. 그것은 흡사 그 즈음 전의 시절, 느와르라는 겉만 번지르르한 네임택을 달고 나왔던 홍콩 영화에 많은 젊은 남성들이 열광했던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역시나 그 시절 홍콩 영화의 단골 마무리였던 히로의 허망한 죽음으로 끝맺음이 되었던 관계로 그 뒷 이야기가 못내 아쉬운 팬들도 있을것이다.
여성의 시각으로 본 나의 경우 이 작품은 음악이 없었다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카우보이 비밥을 본 이라면 칭송을 마지않는 음악 만큼은 정말 수준급이다. 하지만 그 강한 음악적 카리스마도 후반부로 갈수록 퀄리티가 조금씩 사그러든다. 초반부에서는 배경 음악 부문에서는 최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각의 에피소드와의 호흡이 완벽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배경 음악의 존재감이 초반에 비해 약해져갔고, 또 음악적 퀄리티가 상당 수준을 상회하고 있음은 분명 인정하지만 일반적으로 대입하는 OST가 아닌 기성 음악 장르들을 대입시킨 OST였던고로, 역시나 지금까지 최고의 OST 부동의 1위는 '느와르' 되시겠다.
남성들의 시선을 가장 오래도록 붙잡아 놓은 시나리오 오프닝은 아마도 '007 시리즈'가 되는것 같다. 그동안 봐왔었던 007 시리즈를 떠올려보니 역시나 동양 남성들이 특히 열광할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영화란 생각이 든다. 서양 남성들에게는 그냥 오락성 짙은 액션 영화 축으로 분류될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동양 남성들에게 있어서의 007 시리즈와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는 아마 선망의 대상이 될것이다.(웃음)
마시모 코이치 감독의 대표작인 느와르와 마찬가지로 007 시리즈의 오프닝을 애니메이션으로 보는듯한 카우보이 비밥의 오프닝 영상. 아무래도 동양 남성들에게 있어 007 시리즈의 오프닝 영상은 여체의 실루엣과 함께 잊을 수 없는 강렬한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로망중의 로망인가보다.(역시 웃음)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장르에 속하긴 하지만, 이 작품은 공상 과학적 측면보다는 공간적 낭만으로 채워져 있는 작품이므로 SF의 원뜻인 Science Fiction 이라고 하기 보담 Space Fiction 이라고 하는 편이 이 작품에 더 잘 부합되는듯 하다. 보다 보면 너무 미래같음과 너무 현재같음이 혼재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배경 설정적 일관성이 결여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설정된 미래를 얼마 남겨놓지 않고 있는 지금에 와서 보자면 너무 허황된 과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의 자화상이 되기도 할것이다. 옛스러움과 현재스러움, 그리고 미래를 준비한답시고 벌이는 부산스러움이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이라는 순간이 될 것이다. 그 공존과 조화속에서 나름대로 적절한 유쾌함을 찾아 즐기면서 보면 좋을 작품이다.
아무래도 명백한 마쵸성 작품이다보니 주욱 보면서 참,,, 남자들이란 저리도 의미없는 것을 꿈꾸며, 저리도 부질없는것들에 대한 로망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느끼며, 역시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가 공존해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정말 여성이라는 이성이 없었다면 남성이라는 감정에 이 세상은 허상만 가득한 허울 뿐 이었으리라. 그런 연유로 인하야 카우보이 비밥을 본 여성들이 내린 평가가 유색 유취를 내는 것은 아마 드물것이라는 생각이다. (재미있었다 내지는 좋았다의 기본 평가는 제친 평가를 말한다)
남성들의 로망인 희미한 로맨스
아직까지도 많은 동양권 남성, 그중에서도 특히 대부분의 한국 남성들이 꿈꾸는 로맨스적 로망을 살짝 거들떠 보겠다.
진정 사랑했으나 결국 함께하지 못한 또는 못할 여인을 마음속 깊이 품고는 다른 여인과는 의미없는 만남 혹은 관계를 갖는, 이것이 남자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관계의 로망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꿈꾸는 로맨스라는 것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하는것이 아니다. 그 여인과 헤어지고 안주하지 못하는 방황을 꿈의 로망으로 삼는다. 참 불쌍하기도 하다. 그런 남자들이나 그 남자와 결국 함께 해야 하는 어느 여인이나.
이 카우보이 비밥에서도 그런 남성들의 허황된 로망의 단면을 아주 극명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스파이크와 그의 여인과의 스토리를 아는 사람이면 알 것이다. 스파이크의 마음 속에 언제나 깊이 남아 있는 줄리아, 그녀는 떠났다. 어디 있는지 모른다. 왜? 라는 물음에는 마뜩하게도 대답할 언도를 찾지 못할것이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것은 그 여인이 누구와 연계된 여인었느니 배신이니 이런 스토리적 상황으로 깊게 들어가자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지키고 함께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면 함께 하지 못할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지도 없이 그저 마냥 겉멋에 찌든 마쵸들이 자신의 여인을 한낱 담배처럼 연기에 날려보내려고 하는것을 말하고자 하는것이고, 대부분의 남성들은 그런 식의 희미한 로맨스를 꿈꾼다는 것을 필력하고 싶은것이다.
아마 스파이크 관계의 이 로맨스 스토리를 상상하며 설레어하는 남성들 많았을 것이다. 여성들이 신데렐라 스토리를 상상하며 설레이는 대리만족을 느끼듯이. (이 관점에서 보자면 여성들이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것과 별다를바 없어보일 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현실적으로 꿈을 꾸는 데에서 만족 해야 하고 그러고들 있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은 이 희미한 로맨스를 착실히 실천한다.) 스파이크는 자신을 향해있는 페이의 시선을 알지만 마음을 닫는다. 결국은 그 어떤 여인도 지켜주지 못한다. 아무것도 없는 허망한 관계. 그것이 대부분의 남성들이 꿈꾸고 있는 사랑이다. 적어도 나의 시선으로 보기엔.
뒷모습의 차이
의미를 같이 하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기본적으로 추구되어야 하는 당연한 사항중 하나는, 여성은 남자 주인공이 당연히 멋있게 보여야 할테고, 남성은 여자 주인공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야 한다는 것일것이다. 하지만 여자의 시선으로 봤을때 카우보이 비밥의 남자 주인공인 스파이크가 멋있다고 생각된 적은 없었다. 추측컨데 아마 다른 여성의 시선으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스파이크라는 인물을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을 하는 여성이 과연 얼마나 될것인가?
여성이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남성의 고독함은 꽃보다 남자의 하나자와 루이라는 인물로 대표할 수 있을것이다. 아 그래서, 라고 인정될만큼의 이유있는 쓸쓸한에 자연히 스며들어 나도 모르게 베어나오는 안타까운 모성본능이야말로 여성들이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남성상이다.
하지만 남성이 시각적으로 추구하는 고독함을 대표하는 인물은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가 아닐까 싶다. 그다지 의미 없어보이는 쓸쓸함을 내뿜고 있었던 고로 외려 어딘지 어리숙하게 느껴지는 고독. 그게 고독이랄까, 글쎄,,, 매력적이어야 할 고독이 허무해지는 캐릭터. 이런 캐릭이 남자들이 무구한 세월을 막론하고 추구하고 있는 고독한 사냥꾼 정도가 될것같다. 이러니, 여성과 남성이 생각의 가치 평행점을 아직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음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아, 딱 한 장면에서 왠지 저 스파이크라는 남자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24화에서 페이가 떠나고, 이어 에드가 떠나면서 써놓은 Bye Bye, 를 보면서 말없이 담배를 꺼내 피워무는 뒷모습, 이 단 한 장면에서 전해지는 감정이야 말로 여성들이 원하고 설레어하는 고독함이라 할 수 있다. 이 24화가 구성력과 분위기면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에피소드였다. 특히 이 두명의 카우걸이 떠나고 스파이크가 제트와 삶은 달걀을 먹어도 먹어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걸신들린듯이 먹는 그 장면,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아무 대사 처리 없이 이어진 그 장면은, 깔리는 음악과 함께 보는 사람의 기분이 그들의 기분으로 가득 채워지게 한다. 영원히 채워질 수 없는 외로운 허기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까,,,
그외의 에피소드 내용들에 대해서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별다른 내용은 없다. 바로 2001년 개봉했던 극장판으로 넘어간다.
못내 아쉬운건,,,,, 에드는 어디로 가버린걸까? 잘 있니? 에드~♬
★ 여지서 소근 : 에드를 언급한 김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 에드라는 캐릭은 처음엔 썩 마땅치 않았었다. 하지만 갈수록 정이 들어 시리즈가 끝날즈음엔 에드와 헤어지는게 아쉽게 느껴졌었다. 천재 해커라는 캐릭을 부여한 중성적인 아동 캐릭터였지만 이 성인 냄새 물씬 풍기는 작품에 웬 어린 아이의 캐릭을 넣었는지에 대해서는 내내 불만스러웠었다. 아마 지금으로 따지면 남성들이 나이가 들어 갈수록 갖게되는 로리콘에 대한 향수 아니었을까. 물론 지금 시대에서 추구하고 있는 미소녀 로리콘은 분명 아니지만, 카우보이 비밥이 추구하는 분위기를 봤을때 가족적 아우라를 형성하고자 했음보다는 그 시대에 삽입하고자 했던 지금과는 약간 다른 구도의 로리콘이었을게다. 아마.
카우보이 비밥 극장판 - 천국의 문 (天國の扉, 2001)
TV 시리즈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의 사색의 깊이를 지니고 있는 극장판 천국의 문은 TV 시리즈의 뒤를 잇는 후속작이 아닌, TV 시리즈의 어느 중간즈음의 에피소드를 따로 떼어낸 스토리 전개로 이루어져있다. TV 시리즈는 여성인 내가 봤을때 실소가 비집고 나올만큼의 어리석은 남성적 로망의 극치라는 평가를 내리지만, 이 극장판은 문 뒤에 남겨진 사색의 여운이 아주 맘에 들었던고로 수작에 근접한 평가를 내린다.
어느 꿈에, 내가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다보니,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구분 할 수 없더이다.
이 천국의 문은 기본적으로 장자의 호접지몽에 사색의 기반을 두고 있다.
그 호접지몽의 사상을 악의축인 빈센트라는 인물을 통해 이런 사색으로 그려냈다.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내가 세상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래서 내가 이렇게 되어있는건지 그래서 내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를 일. 그것을 구분해내고자 꿈에서 깨어나려 했건만, 나는 더 깊은 꿈에 빠져들어 그것을 구분해 낼 수 없었다. 겨우 알게 된 순간 나는 나비를 보았다. 허나 그 순간 그 나비는 날아가버렸다. 그 나비가 나인건지 내가 꿈에서 보았던 나비를 본 건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내 곁에는 단지 내가, 그 꿈에서 봤었는지 모를 그때의 그 나비를 좇던 나만이 있을뿐.
빈센트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준 빛으로 감싸인 나비. 그 나비가 아닌 나비곁을 맴돌던 빛이야말로 빈센트가 좇던 진정한 나비가 아니었을까. 그는 나비를 좇던게 아니었을게다. 그를 따스하게 감싸줄 그 빛을 원했을것이다.
그 따스함을 찾고자 하늘 높은곳까지 침범하는 나비곁의 빛이 머무는 천국에 들어가고자 한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문은 아마 그 빛 넘어 어딘가에 있을것이다. 그 빛을 찾아 헤맸건만 결국 찾지 못한 마지막 순간에 그는 깨닫는다. 아니,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한다. 그 천국의 문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오로지 자기 안에서 찾고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이 천국의 문이라는 카우보이 비밥 극장판은 본인이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의미을 찾을 수 없다. 본인이 의미를 둘때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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